음식을 입으로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큰 즐거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음식을 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킴 장애가 있을 경우, 전신 건강 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제한을 가져오며, 전반적인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삼킴의 과정
1. 인지기
음식물을 인지하는 단계로 식욕을 느끼고, 침이 분비되며 소화관이 운동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음식물의 인지 없이 갑자기 음식물이 목에 들어오는 경우 연하반사가 약하게 일어나거나,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2. 음식물을 입에 넣는 과정
인지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있으면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간혹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 음식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괴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서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경우(음식 혐오)도 있습니다.
3. 구강 준비기
구강 준비기는 음식물을 입안에서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음식을 씹어서 잘게 쪼개며 침과 골고루 섞이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4. 구강 이동기
혀가 입천장을 단단히 밀어 올리면서 음식물을 목(인두)으로 내려보내는 단계로 삼킴 반사 (swallowing reflex)라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5. 인두기
‘꿀꺽’하는 매우 짧은 0.5초~1초간에 걸쳐 일어나는 삼킴 반사(swallowing reflex)를 통해 음식을 식도로 이동시키는 단계입니다.
‘반사’라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일단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운동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과정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고 식도로 무사히 이동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6. 식도기
삼킴의 최후의 단계에 해당하고, 식도의 입구를 통과한 음식물이 식도에 들어가면 연동 운동이 일어나서 위로 운반되는 단계입니다.
식도기에도 다양한 장애가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식도의 문제가 목에서 음식을 삼키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의 여러 단계 중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삼킴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즉, 음식 덩어리가 입에서 위까지 이르는 데 있어서 시간이 지연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음식 덩어리가 이동하여 입, 인두, 식도를 거쳐 위에 도착하지 못하고 기도의 상부나 폐로 들어가는 것을 삼킴 장애라고 합니다.
삼킴 장애란 ‘삼키기 어려운 것’ 또는 ‘먹은 것이 후두나 기관에 잘못 들어간 것(흡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삼킴 장애는 크게 기능적 삼킴 장애와 기질적 삼킴 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적 삼킴 장애란 삼킴 운동에 관계하는 부위의 기능이 손상된 것으로 운동마비나 근력저하, 감각 장애 등에 의해 일어납니다. 한편 기질적 삼킴 장애는 삼킴 운동에 관계된 구조물을 수술적으로 제거하여 형태가 바뀐 경우, 또는 방사선 치료 후 조직이 굳어버린 경우와 같이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능적 삼킴 장애는 뇌, 연하 관련 기관을 지배하는 말초신경, 근육의 질환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에는 중풍이라 부르는 뇌졸중이나 외상성 뇌 손상, 뇌성마비, 뇌종양, 파킨슨병이나 척수소뇌위축증 등의 퇴행성 신경 질환, 다발성 경화증을 비롯한 중추신경 탈수초성 질환, 길랑-바레 증후군이나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 근육병 등의 신경근육 질환이 포함됩니다.
기질적 삼킴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에는 후두암이나 구강-설암, 상악암, 인두암 등의 두경부 종양이 흔합니다. 그 밖에 식도벽을 딱딱하게 만드는 경피증이나 식도의 연동운동이 소실되고 하부 식도 괄약근이 이완되지 않는 식도이완불능증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앞에 언급한 질병이 없는데도 삼킴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노화가 삼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그 증상은 가벼운 목의 불편감에서부터 사레들리는 빈도의 증가, 삼키기 어려움, 위 또는 장관의 운동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노인에서 삼킴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로는 구강인두의 변화나 노화 그 자체에 의한 신경세포의 감소, 장기간의 신체활동 감소로 생기는 탈 조건화 등에 의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삼킴 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씹기 어려움
이는 입술 사이로 음식이 새어 나오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과도하게 턱을 움직여서 씹을 때, 치아가 결손되었을 때, 혀, 턱 혹은 입술의 힘이 약화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2. 삼킴 시작이 어려움
입안이 말라 있거나 입술 혹은 혀의 힘이 약화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3. 침 흘림
입술 혹은 혀의 힘이 약화되어 있거나 드물게 삼킬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4. 코로 역류됨
음식물을 삼킬 때 정상적으로는 비인강(코인두)이 막히게 되는데 그 방어 기전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음식물 덩어리가 코로 들어가거나 비강으로 나오는 증상입니다.
5. 삼킴 지연
음식 덩어리의 이동이 정상보다 지연되어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6. 삼킨 후 목에 이상감, 음식물의 잔류감
음식물을 삼킨 후 입, 인두 혹은 식도에 과도하게 잔여물이 남을 때 호소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7. 식사 중 혹은 식후에 기침, 목 메임, 식후 목소리의 변화(쉰 소리)
이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른 질병은 비정상과 정상과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한 반면, 삼킴 장애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하여 진단에 있어서 삼킴 장애가 ‘있다’ 또는 ‘없다’라고 구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정상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나 영양 결핍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비정상의 정도가 변화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킴 장애의 평가 방법은 크게 3단계, 1. 병력청취, 2. 신체검사 소견, 3. 검사로 나누어집니다.
삼킴 장애의 치료는 삼킴 장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삼킴 기능의 저하를 보상하거나 삼킴 기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시행합니다. 삼킴 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입안 위생을 유지하고, 삼킴의 적절한 자세를 교육하며, 영양 상태를 좋게 하고 탈수를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구강 청결
삼킴 장애 환자들은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구강 내 침 등이 흘러들어 폐로 들어가는 일은 아주 흔합니다. 이때 입안이 오염되어 세균이 증식하고 있다면 폐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강을 청결히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치아를 닦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이 구강 관리를 시행해 주어야 합니다.
2. 환자의 증상과 맞는 적절한 식이 선택
비디오 투시 검사의 결과에 따라 환자 개개인에 맞게 음식물의 끈끈한 정도를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 삼킴 장애 초기에는 점도가 높은 음식이 안전합니다. 그러나 삼킴 기능 향상에 따라 정상 식이까지 조절 가능합니다. 식사 형태에는 입으로 섭취하지 않는 간접적 영양 방법과 입으로 직접 섭취하는 직접적 방법이 있는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적용해야 합니다. 간접적 영양 방법에는 비위관 영양, 경피적 내시경적 위루관 영양(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 PEG), 구강 식도관 영양(Oroesophageal Tube feeding) 등이 있습니다.
비위관 영양 공급법은 일명 콧줄이라고 하는 것으로 코에 관을 넣어 위장관으로 영양공급을 하는 방법입니다. 위루관 영양 공급법은 복벽에 구멍을 뚫어 위에 직접 관을 삽입하여 영양을 공급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적으로 위루를 만드는 경피적 내시경적 위루술이 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질환으로 인하여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에서 일차적으로 정맥 주사나 비위관을 통하여 영양을 공급하지만, 장기간 유지할 경우에는 많은 고통과 불편을 주고 위식도 역류를 조장하여 식도염이나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때 경피적 내시경적 위루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구강식도관 영양은 튜브를 입부터 식도의 중간 정도까지 넣어 미음과 같이 액체로 된 식사를 인두를 거치지 않고 식도까지 바로 넣어 주는 것입니다. 구강식도관 영양은 비위관을 이용한 식이와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① 식사할 때만 튜브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출 시 편리합니다.
② 비위관의 사용으로 생길 수 있는 인두염 등의 합병증이 없습니다.
③ 식사의 방법일 뿐 아니라 하루에 수차례씩 관을 입에서 식도로 넣기 때문에 연하운동을 증진시키는 훈련 효과가 있습니다.
직접적 방법에는 정상 식이를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삼킴곤란 식이(Dysphagia Diet)를 섭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삼킴 곤란식이란 삼킴 장애가 있는 환자에 있어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개발한 특수 식이입니다. 음식의 점도와 씹는 정도에 따라 나누어 사용하고 있으며 영양사와의 협의 하에 환자에게 가장 적절하게 변형시켜 주기도 합니다.
3. 식사 자세 교육
식사 시 최적의 자세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는 것입니다. 아래 제시된 그림과 같이 머리를 앞쪽으로 약간 숙이고 턱을 당긴 채 90 °로 바르게 앉아있는 자세입니다. 또한 환자분마다 삼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세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턱 내리기, 고개 돌리기, 고개 옆으로 숙이기 등의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4. 간접 및 직접 삼킴 훈련
음식물을 실제로 사용해서 훈련하는 것을 직접 삼킴 훈련, 음식물을 사용하지 않고 훈련하는 것을 간접 삼킴 훈련이라고 합니다. 간접 삼킴 훈련은 음식물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급성기의 치료가 끝난 후나 흡인의 위험이 높을 때, 흡인의 유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시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섭식을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준비운동으로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직접 삼킴 훈련은 실제로 식사를 사용해서 시행하는 훈련이므로 음식물의 형태와 식사 시 자세, 식사 시 사용하는 기법 등을 고려하여 시행해야 합니다.
1) 혀, 구강 주위 근육의 근력 훈련, 운동 범위 훈련
구강 주위 근육의 운동 장애가 있으면 입안에 음식물을 집어넣거나 운반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턱관절이나 혀의 운동 범위를 확대하는 훈련, 근력강화 훈련(입술, 혀의 근력 강화)이 중요한데 근력강화 훈련에서는 운동하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숟가락이나 설압자 등을 사용하여 저항을 가합니다.
2) 기침 훈련
기침은 순간적으로 성대를 안쪽으로 모으게 한 뒤 벌어지게 하는 움직임입니다. 기침은 흡인이나 인두 잔여물이 있을 경우 음식물을 배출하는데 효과적입니다. 헛기침을 하게 하는 것이고, 기침의 힘이 약할 경우 복부를 압박하면서 시행합니다.
3) 감각 자극 및 촉진 기법
삼킴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삼킴 반사가 느려져 있고 약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입안에 차가운 감각을 주게 되면 삼킴 반사가 쉽게 일어나게 하여 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4) 기도 보호를 위한 기법
대표적인 기도 보호를 위한 기법으로 상부 성문 삼킴 법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멈춘 후 음식물을 삼키는 동안에 계속해서 숨을 참고 음식물을 삼킨 후 기침을 합니다.
5) 음식물의 통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법
대표적인 방법으로 노력 삼킴 법과 멘델슨 기법(Mendelsohn maneuver), 샤케어(Shaker) 운동법 등이 있습니다. 노력 삼킴 법은 인두부에 남아있는 음식물을 깨끗하게 없애기 위해 혀를 천장 뒤로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쥐어짜듯이 삼키는 방법입니다. 멘델슨 기법은 삼킴 동안 움직임의 최고 지점에서 멈춤을 유지하고 삼킴 후에 몇 초 동안 멈춤 상태를 지속하고 풀어주는 방법입니다. 샤케어(Shaker) 운동법은 어깨를 바닥에 댄 상태로 바로 누운 상태에서 다리가 보이도록 고개만 드는 방법입니다. 1분간 지속하고 1분간 휴식하는 것을 계속 반복하여 후두거상근을 강화시키는 방법입니다.
6) 부가적인 치료법
삼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체 되먹이기(biofeedback) 법을 이용하거나 삼킴 반사를 촉진하기 위한 신경근 전기 자극(Neuromuscular electrical stimulation, NMES) 등이 이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