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기이식과 면역반응
장기이식이란 환자의 장기가 망가져서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기존의 치료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질환자의 장기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여 대체함으로써 그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입니다. 장기이식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의학자들이 가지고 있었지만, 수술 이후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한 장기를 공격해서 죽이는 '거부반응'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장기이식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나 병원균(병의 원인이 되는 균)에 대항하여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여 공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들은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이 외부물질을 공격하고 물리치게 됩니다. 이렇게 면역체계가 외부물질을 공격하여 나타나는 반응을 염증반응이라고 하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한 병원균이 몸속에 침입하거나 상처를 낼 때 발생합니다. 이렇게 체내에 들어온 외부물질들이 이물질로 인식되면 백혈구가 이들을 공격하여 잡아먹습니다. 따라서 장기이식 과정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장기나 조직을 받게 되는 경우, 환자의 면역체계는 장기나 조직을 이물질로 인식하여 공격하고 파괴하는 데 이를 '거부반응'이라고 합니다. 거부반응이 발생하면 다양한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을 이식받은 경우 발열, 황달, 복통이나 복수와 같은 증상으로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을 이식받은 경우 소변량의 감소, 부종이나 혈압 조절 이상과 같은 증상으로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현재에는 거부반응의 증상이나 징후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더 흔하고, 이식 장기의 손상이 심하게 진행하기 전에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 기능 검사의 이상으로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간이식의 경우에는 혈액 중 간 기능 수치(Glutamic Oxaloacetic Transaminase, GOT / Glutamic Pyruvate Transaminase, GPT/ 빌리루빈)가 이상을 보이고, 신장이식의 경우에는 혈액 속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진 상태가 됩니다. 장기이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러한 거부반응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인데,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지 않도록 환자의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여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
2. 면역반응의 시작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외부 물질을 인식하고 방어하는 과정은 면역 세포와 면역 단백질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외부 물질을 자신과 다른 물질로 인식하는 과정은 특이적인 반응(물질들이 특정 물질에 대해서만 일으키는 반응)으로, 면역세포의 수용체나 '항체'라고 하는 면역 단백질이 외부에서 들어온 특정 물질(항원)만을 특이적으로 이물질로 인식하고 이물질과 결합하여 파괴하게 됩니다. 이러한 면역세포 수용체나 항체가 이물질인 항원과 서로 특이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결합 부위가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꼭 들어맞는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외부 물질(항원)과 결합하기 위해서, 면역세포 수용체나 항체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거부반응은 무엇인가?
거부반응은 수혜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물질로 인식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이식된 장기가 수혜자의 몸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공격받는 반응입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이식한 장기는 수혜자의 면역세포가 이식 장기의 항원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수혜자의 면역체계가 이전에 장기이식을 경험하였거나 수혈이나 출산 등으로 비슷한 항원에 노출되었다면, 기억 면역세포들과 항체들이 남아 있게 됩니다. 기억 면역세포들과 항체들이 경험했던 항원과 비슷한 항원을 가진 이식 장기가 들어오게 되면, 장기이식 수혜자는 보다 신속하고 강한 면역반응으로 심한 거부반응을 겪게 됩니다.
거부반응의 종류
1) 거부반응의 분류
일반적으로 거부반응은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이식한 지 수 분에서 수 일내 발생하는 초급성 거부반응과 6개월 이내에 주로 발생하는 급성 거부반응, 그리고 흔히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후 발생하는 만성 거부반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성 거부반응도 6개월 이후에 나타날 수 있고, 만성 거부반응도 보다 이른 시간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거부반응의 정확한 분류는 앞에서 설명한 발생 시기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이식한 조직에 어떤 세포가 작용하여 어떤 면역기전(면역과정)으로 어떤 조직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거부반응의 기전(과정)과 상태에 따라 초급성, 급성, 만성 거부반응으로 분류하면서,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과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으로 다시 세분할 수 있습니다.
2) 초급성 거부반응
수혜자의 몸속에 기증자의 항원에 대한 항체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경우 수혜자의 항체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여 발생하는 거부반응입니다.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식된 장기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초급성 거부반응은 모두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3) 급성 거부반응
이식 장기의 항원을 수혜자의 면역세포가 인지하면서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거부반응입니다. 급성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과 급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으로 세분할 수 있고, 다양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예방하거나 치료하기도 합니다.
4) 만성 거부반응
반복적인 급성 거부반응 등 면역학적 원인과 허혈손상,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 비면역학적 원인에 의해 이식된 장기가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시 만성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과 만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으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거부반응의 원인
1) 조직적합성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
거부반응은 수혜자의 몸 안에서 기증자의 장기가 가지고 있는 항원이 '남의 것'으로 인식되어 생기는데, '조직적합성 항원'이 가장 대표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입니다. 조직적합성 항원은 인간 염색체 6번에 존재하는 인간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입니다. 수혜자와 기증자 사이에 HLA 항원이 일치하는 숫자가 많을수록 급성 거부반응이 적은데, 현재에는 면역억제제가 강력해져 HLA 항원의 일치도가 갖는 중요성은 과거보다는 줄어들었습니다. 수혜자의 혈액 내에 기증자의 HLA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가 이식 전부터 양이 많을 때에는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식을 진행하지 않거나 진행할 경우에는 이식 전에 수혜자의 항체를 충분히 제거해야 합니다. 또는 HLA항원에 대한 항체가 이식 전에는 없다가 이식 후 생성되어 급성이나 만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혈액형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혈액형 항원(ABO 항원)이 이식 장기 내의 혈관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수혈 이상반응과 마찬가지로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의 경우, 이식 전에 항 혈액형 항체가 많이 존재할 때에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식 전에 항체를 충분히 제거한 후 이식을 해야 하고, 이식 후 초기 4주 내에도 항체 수를 낮게 유지해야 급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 장기이식 전 검사
1) 조직적합성 항원 및 항체 검사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방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장기이식 전에 수혜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 항원을 검사해야 합니다. HLA 검사에는 HLA 항원형(HLA 항원 종류)을 검사하는 것과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HLA 교차검사가 있습니다. HLA 항원검사 결과 수혜자와 기증자 사이에 항원이 일치하는 숫자가 많을수록 급성 거부반응이 적고, 이식한 장기의 생존율이 향상됩니다. 만약 가능한 기증자가 한 명뿐일 경우에는 일치하는 HLA 숫자가 적은 경우에라도 어느 정도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HLA 교차검사는 수혜자의 혈액 내에 기증자의 HLA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의 유무와 강도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더욱 정밀한 조직적합성 항원 및 항체 검사가 개발되어 이식 전에 초급성 거부반응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고, 급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 혈액형 항원 및 항체 검사
혈액형 항원(ABO 항원) 및 항 혈액형 항체 검사를 시행하여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초급성 거부반응을 예방하고, 항원 불일치로 인한 심각한 거부반응이나 합병증을 줄여야 합니다. ABO 혈액형 검사를 통해 동일한 혈액형 사이에 이식할 때는 문제가 없고, 동일하지 않더라도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 예를 들어 O형이 A형이나 B형의 수혜자에게 기증 시에는 장기이식이 가능합니다. 기증자의 혈액형이 수혈이 불가능한 부적합 혈액형일 경우에는 이식 후 초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혈액형이 부적합한 경우, 항 혈액형 항체 자체와 이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B세포)를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를 통해 성공적인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 거부반응 진단
거부반응은 임상적인 소견이나 검사 소견에 따라 의심할 수 있으나 확진은 이식한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장기이식 후에 발생한 거부반응은 즉각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거부반응 자체가 면역반응에 의해 천천히 진행되고, 최근에 사용되는 강력한 면역억제제가 거부반응의 증상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즉, 장기를 이식한 부위의 자연 통증 또는 눌러서 생기는 압통 같이 과거에 나타났던 전형적인 거부반응의 증상이나 징후는 최근 사용하고 있는 면역억제제의 효능 때문에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관찰과 검사가 중요한데, 급성 거부반응은 일반적으로 이식 후 6개월 이내, 특히 3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에는 특히 주의를 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신장이식의 거부반응으로는 잘 나오던 소변의 양이 줄면서 몸무게가 늘어나고, 혈압이 상승하며, 신장기능을 반영하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지난 검사보다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이 판단하기에 이런 변화가 초기에는 아주 적을 수 있기 때문에 급성 거부반응이 점점 진행되다가 나중에 심해진 이후 발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임상 소견만으로는 거부반응을 진단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의심이 될 경우에는 이식된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를 실시해서 이식된 장기의 조직 손상 상태, 공격하고 있는 면역세포의 종류와 침윤 정도 등으로 거부반응과 그 종류를 진단합니다. 거부반응과 구별해야 하는 질환으로는, 면역억제제 과다투여나 다른 약제에 의한 독성 장기손상, 말기장기부전을 일으켰던 원질환(기저질환) 재발, 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습니다.
1. 면역억제 치료
1) 면역억제 치료의 중요성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약물치료를 잘 지키는가' 입니다. 이에 따라 이식한 장기의 생존율이 좌우됩니다. 이식 후 초기 약물치료에 잘 따르던 환자가 1~2년 지나면서 약을 한두 번 먹지 않아도 별 증상에 변화가 없는 것을 경험하면 병원에 오는 것을 스스로 중단하거나 규칙적인 약물 복용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물을 복용하면 이식 장기에 손상이 일어나고, 결국에 장기를 재이식을 해야 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부반응은 이식 후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거부반응 예방을 위한 유도 및 유지 면역억제 치료
거부반응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식 환자들은 이식 직후 유도 면역억제 치료와 장기간의 유지 면역억제 치료를 받습니다.
3) 거부반응 치료를 위한 항거부반응 면역억제 치료
유지 면역억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또는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지 않아 거부반응이 발생했을 때, 거부반응으로부터 회복시키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강력하게 투여하는 면역억제제 치료를 항거부반응 면역억제 치료라고 합니다.
2. 거부반응의 예방을 위한 면역억제 치료
1) 유도 면역억제 치료
장기이식 직후 입원 기간 중,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바실릭시맙(시뮬렉트) 또는 다클론 항림프구 항체인 티모글로불린(에이티지) 주사제를 투여 받습니다.
2) 유지 면역억제 치료
거부반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2-4가지의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여 이식 후부터 평생 동안 복용합니다.
3. 거부반응의 치료
1) 초급성 거부반응에 대한 치료
초급성 거부반응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항원 교차반응 검사 등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2) 급성 거부반응에 대한 치료
급성 거부반응 중, 급성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은 급성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보다 치료 반응률이 높습니다. 급성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충격요법을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반응이 없을 경우 다클론 항림프구 항체(예를 들어 티모글로불린, 에이티지(antithymocyte globulin, ATG))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하여 치료하는데 1차치료에 약 75%, 2차치료에 60%가 반응하여 총 약 90%의 반응률을 보입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을 경우, 유지면역억제제를 더 강한 약제로 바꾸어서 치료해 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이클로스포린에서 타크로리무스로 바꾸거나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마이코페놀레이트 계열의 약제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급성 항체매개성 거부반응은 T세포매개성 거부반응보다 치료 반응률이 낮은데, 혈장반출술, 리툭시맙, 보르테조밉, 고용량 면역글로불린 주사 등의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3) 만성 거부반응에 대한 치료
만성 거부반응은 면역억제제를 거르거나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은 경우가 중요한 원인이며, 치료에 의한 반응률이 낮습니다. 만성 거부반응에 대한 면역억제 치료는 기본적으로 급성 거부반응에 대한 면역억제 치료와 유사합니다. 만성 거부반응에 대한 치료에서 조직 장기의 만성 변화가 심할수록 치료 반응률이 낮기 때문에 만성적 섬유화 진행이 초기일 경우에는 강한 면역억제 치료도 고려하나, 만성적 섬유화 진행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지나치게 강한 면역억제는 치료 효능보다 부작용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성 거부반응에는 면역학적 원인 이외에도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 약물 독성 다양한 비면역학적 원인들도 기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적인 조절도 중요합니다.
1. 면역억제제의 종류
1) 유도 면역억제제
① 항흉선세포글로불린, 에이티지(티모글로불린)
다클론성 항림프구 항체의 하나로서 현재 토끼에 인간 흉선 T세포를 면역하여 만들어집니다. 장기 재이식 환자나 고감작 환자 등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수술 직후 3-5일간 주사하는 강력한 유도 치료로서 급성 거부반응을 예방합니다. 임파종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저위험군 환자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나 저용량으로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포성 거부반응이 스테로이드 충격요법에 반응이 없을 경우, 항거부반응 치료에서 2차 약제로 5-14일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② 바실릭시맙(시뮬렉트)
이식 당일과 이식 후 4일째 주사하는 유도 면역억제제 치료제로서,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에 거부반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2) 유지 면역억제제
① 스테로이드 (프레드니솔론, 소론도, 캘코트, 프란딘)
1960년대 이후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면역억제제로서 급성 거부반응 치료와 면역억제 유지 요법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부작용이 동반되는데,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속쓰림, 혈압 상승, 혈당 상승, 여드름과 피부 발적(피부가 빨간빛을 띠는 것), 부종, 골다공증 및 대퇴골 괴사증 등이 있습니다. 이식 후 단기간에 대량의 스테로이드가 투여되어 당뇨병, 골다공증, 소아에서 성장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물 용량에 비례하여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스테로이드 치료의 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거부반응의 위험이 올라간다는 잠재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특히,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은 이식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급성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담당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에 스테로이드 용량 조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② 칼시뉴린 억제제 계열의 약물
· 사이클로스포린(산디문뉴오랄, 사이폴-엔)
1980년대 초부터 신장이식에 사용된 사이클로스포린은 강력한 면역억제제로 이식 후의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식사와 관계없이 12시간 간격으로 일정하게 하루에 두 번 복용합니다. 경구용 캡슐제의 용량은 100mg과 25mg의 2가지 용량이 있으므로 처방받은 약의 용량을 정확히 알고 복용해야 합니다. 시럽제를 복용할 때는 우유, 오렌지 주스와 같은 음료에 섞어서 복용할 수 있으며, 자몽주스는 이 약의 흡수에 영향을 끼치므로 피하거나 4시간 이상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시럽을 음료수와 함께 유리컵에 넣고 금속으로 된 숟가락으로 저어 섞은 다음 바로 마시고, 한번 더 음료수를 넣고 유리컵을 흔들어 준 후 마십니다. 이 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신장기능 저하, 혈압상승, 두통, 고지혈증, 구토, 다모증, 잇몸 증식, 혈당상승, 감염, 열감 등이 있습니다. 용량과 비례해서 부작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 복용 직전의 최저 약물농도를 측정해 가면서 목표 농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타크로리무스(프로그랍, 타크로벨, 아드바그랍)
타크로리무스는 사이클로스포린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으로 사이클로스포린의 10-100배의 효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과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의 흡수에 방해가 되므로, 반드시 공복(배 속이 비어 있는 상태) 상태에서 복용해야 합니다.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2번, 복용 시간은 식사하기 1시간 전 또는 식사 후 2시간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12시간 간격으로 먹던 프로그라프를 하루 1회 복용으로 약물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아드바그랍' 이라는 서방형 약제(체내에서 천천히 효과가 방출되는 약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신장기능 저하, 혈압 상승, 혈당 상승, 손떨림, 탈모 등이 있습니다. 초기 고용량 투여 때 구토, 두통, 손떨림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점차 감소되며, 긴 기간 동안 복용할 경우 탈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이클로스포린과 유사한 부작용을 보이나 특별히 신경독성, 당뇨병, 탈모증이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③ 마이코페놀릭산(셀셉트, 마이렙트, 마이폴틱)
마이코페놀릭산은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면역억제제에 추가하여 사용됩니다. 마이코페놀릭산을 추가하여 같이 투여할 경우, 다른 면역억제제를 적게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면역억제제로 인한 신장 독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계열의 약제인 아자치오프린이 모든 세포에 비선택적으로 작용하는데 반해 마이코페노릭산은 선택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루 2번 아침, 저녁으로 복용하며, 캡슐과 장용정(위산에 강한 성분을 넣어 장에서 소화되게 하는 약제) 2가지 제형이 있습니다. 장용정의 경우 용량에 따라 약의 모양이 다르므로 처방받은 약의 용량을 정확히 알고 복용해야 합니다. 마이코페놀릭산은 빈 속에 복용하는 것이 약물 흡수를 위해 권장되지만,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식사 후에 복용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설사, 구토, 식욕부진와 같은 위장 장애가 흔하며, 빈혈,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골수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을 증가시킵니다. 최근에 셀셉트의 위장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장내에서 흡수되도록 만든 마이폴틱이 시중에 판매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④ 엠토르 억제제: 시롤리무스(라파뮨), 에베로리무스(써티칸)
이 계열의 면역억제제들은 타크로리무스와 같은 칼시뉴린 억제제보다 종양 발생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종양의 병력이 있던 환자에서 예방적으로 쓰거나, 이식 후 발생한 종양에서 치료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롤리무스는 1일 1회, 에베로리무스는 1일 2회 복용합니다. 식사와 관계없이 일정 시간에 복용이 가능하고, 시롤리무스는 사이클로스포린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사이클로스포린을 복용하고 4시간이 지난 이후에 복용합니다. 자몽이나 자몽 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것은 금하며, 다음 약 복용하기 직전 최저 혈액 내 약물 농도를 측정하여 약물용량을 조절합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고지혈증, 고혈압 발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칼시뉴린 억제제보다는 덜하지만 당뇨병과 신독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술초기 상처치유가 늦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⑤ 기타 약제: 미조리빈(브레디닌), 아자치오프린(이뮤란)
미조리빈은 마이코페놀릭산 계열의 약제와 유사한 효능을 가지고 있고, 하루 100ml를 두 번 복용하나 신장 기능이 감소될 경우 용량을 줄여야 합니다. 아자치오프린은 주로 다른 면역억제제에 추가하여 사용되는데, 하루에 1번 아침 또는 저녁 식사 후 30분에 복용합니다. 골수 억제작용 때문에 백혈구 숫자가 감소하고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도 함께 나타납니다. 그 외에도 위장장애와 간염에 의한 황달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표.면역억제제의소개> | |||
유도면역억제 약제 | |||
에이티지, 항흉선세포글로불린 | |||
베실리지맵 | |||
유지 면역억제 약제 | |||
스테로이드 (프레드니소론, 데플라자코트) | |||
칼시뉴린 억제제 (타크로리무스, 사이클로스포린 에이) | |||
마이코페놀릭산 | |||
마이폴틱산 | |||
엠토르 억제제(시롤리무스, 에벌로리무스) | |||
미조리빈 | |||
아자치오프린 | |||
2. 면역억제제 치료의 원칙
면역억제제 치료의 원칙은 환자가 효과를 최대로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 용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칼시뉴린 억제제나 엠토르 억제제의 경우에는 최적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역억제제 치료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환자마다 동일한 용량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더라도 약물 흡수나 분해가 틀리기 때문에 혈액 내 농도가 틀릴 수 있고, 심지어 같은 혈액 내 약물 농도에 대해서도 환자가 보이는 면역억제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민감도가 틀립니다. 따라서, 환자 개인마다 약물 농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환자의 면역억제제에 대한 민감도를 개인별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식 후 면역억제제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면역억제제는 미생물이나 암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낮춰 결과적으로 암의 성장을 돕거나 감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신장이나 간독성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적은 유지용량으로 약물을 복용하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너무 적게 먹을 경우 목표 농도보다 낮아져서 거부반응이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고려하여 무조건 적은 용량보다는 적정한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식 후 6개월 정도까지는 초기에 흔히 발생하는 급성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서 각종 면역억제제를 고용량으로 사용하지만, 이후 서서히 양을 줄여 나가게 됩니다. 현재 면역억제 치료는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는 2~3가지 다른 면역억제제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가장 흔합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다른 면역억제제를 병용하는 이유는 첫째 한 개의 약제만으로는 충분히 모든 면역 과정을 차단시킬 수 없다는 점이고, 둘째 병용요법을 하면 각각의 약제 투여량은 줄어들어서 부작용은 감소하지만, 약의 효과는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와 아자치오프린(azathioprine) 두 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2제 병용요법를 했지만, 지금은 칼시뉴린 억제제 계열의 약제들 중 한 개(타크로리무스 또는 사이클로스포린)와 마이코페노릭산(셀셉트, 마이폴틱)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는 3자 병용요법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롤리무스 또는 에베로리무스를 마이코페노릭산 계열의 약제나 칼시뉴린 억제제를 대체해서 사용한 3제 요법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본 면역억제 치료에서, 거부반응이나 약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약제를 교체해 볼 수 있습니다.
3.면역억제제 치료 경과 관찰
장기이식을 받은 경우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약물의 혈중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채혈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약물용량 조절을 하면서 평생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약물치료 중 약물복용을 잊었을 때는 생각났을 때 일단 빨리 약을 복용하지만 한꺼번에 2회 용량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편 면역억제제로 인해 감염에 대한 방어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쉽게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에 의한 감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열이나 기침, 인후통과 같은 호흡기 감염 증상이나 자주 소변을 보거나 배뇨 시 불편감, 잔뇨감과 같이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을 방문하여 상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암, 혈압, 혈당,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합병증에 대한 평가를 통해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예방 및 조기발견에 노력해야 합니다.
만성 거부반응에는 면역학적 기전 이외에도 비면역학적 기전도 존재합니다. 오늘날 생존 기간이 긴 장기이식 환자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 약물 치료 이외에 생활습관 교정과 관리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식이와 운동,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 비만을 관리하는 것이 만성 거부반응과 이식 후 합병증을 줄이는데 중요합니다.
거부반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식 전 기증자와 수혜자의 교차 검사를 통해 기증자의 주조직적합성 항원을 공격하는 항체를 피해야 하고, 기증자가 여러 명이 있을 경우 수혜자의 주조직적합성 항원과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의 최적 농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면역억제제를 규칙적이고 정확하게 복용함으로써 적절한 면역억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거부반응 예방에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날 급성거부반응이 효과적으로 조절되면서 장기이식의 성적은 크게 향상되어 신장이식의 경우 평균적으로 이식된 신장의 기능이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식 환자가 장기 생존함에 따라 면역억제제의 만성 합병증이나 기저질환으로 인한 만성 합병증을 잘 관리하는 것이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합니다. 암이나 심장병, 당뇨병, 고지혈증, 근골격계 합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에 대한 환자 자신의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