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는 얼굴, 목, 상체가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피부가 붉어지는 현상을 말하며, 이 때 발한이나 가슴 두근거림, 불쾌한 기분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장시간 동안 붉은 상태로 유지되는 홍반과는 달리, 안면홍조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피부가 붉어지는 것은 피부 밑 작은 혈관들의 수가 많아지거나 작은 혈관 속으로 흐르는 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히스타민과 같이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분비되거나, 피부 밑 혈관의 확장과 수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자율신경은 땀샘도 조절하기 때문에 자율신경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생리적인 홍조나 폐경 후 여성에서 나타나는 안면홍조는 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조가 주로 뺨을 중심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이 부분의 혈관이 비교적 굵고 피부의 표면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와 같은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얼굴 부위 발진은 과민반응에 의한 증상으로서, 안면홍조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발생하는 원리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다한증은 땀 분비가 많지만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은 없다는 점에서 안면홍조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1) 생리적인 안면홍조
당황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얼굴이 약간 달아오를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사우나를 하고 나면 체온이 올라가므로 과도한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홍조가 발생합니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에도 구강 내 혈액 온도가 올라가면서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나타나는 홍조도 카페인 성분보다는 뜨거운 온도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안면홍조는 마치 더울 때 땀이 나는 것처럼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병적인 것이 아닙니다.
2) 폐경과 동반되는 안면홍조
안면홍조는 폐경 후 여성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여성 세 명 중 두 명 이상이 안면홍조를 경험합니다. 난소 제거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수술 후 1년 이내의 증상이 가장 심한 편입니다. 폐경 후 안면홍조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감소가 적정 체온에 대한 기준점을 낮추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약간의 체온 증가에도 체온 조절 기능이 활성화되어 안면홍조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약제에 의한 안면홍조
여러 가지 약제도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약제인 칼슘 통로 차단제, 이상지질혈증에 사용하는 니코틴산,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나필(Sildenafil)이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들입니다. 그 외에도 유방암 재발 억제에 사용하는 타목시펜(Tamoxifen), 전립선암 치료제인 류프롤리드(Leuprolide)나 부세렐린(Buserelin), 골다공증 치료제인 랄록시펜(Raloxifene)과 바제독시펜(Bazedoxifene),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 제제 등이 안면홍조를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4) 음주에 의한 안면홍조
아시아인 중 일부는 적은 양의 음주에도 심한 홍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증가한 아세트알데히드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방출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홍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음식에 의한 안면홍조
맵거나 신 음식은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뜨거운 음식도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 때는 감미료의 성분인 글루탐산모노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MSG)이 안면홍조의 유발 물질로 생각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임상연구에서는 MSG와 안면홍조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에는 다양한 재료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특정 음식이나 재료를 안면홍조의 원인으로 단정 짓지 말고 함께 섭취한 음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6) 질병에 의한 안면홍조
질병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사(딸기코)는 얼굴 부위에 주로 나타나는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서, 안면홍조와 고름, 부종 등의 증상을 주로 나타냅니다. 삼차신경통, 편두통, 척추 손상과 같은 질병들은 자율신경 조절 기능을 교란시켜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분비 질환이나 종양성 질환들도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암종이나 갈색세포종은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신경내분비 종양의 한 종류입니다. 유암종은 주로 위와 장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세로토닌,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다량 분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이 안면홍조, 설사, 복통, 호흡곤란, 부종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갈색세포종은 부신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카테콜아민이라는 부신 호르몬을 증가시켜 증상을 유발합니다. 갈색세포종은 매우 심한 두통, 발한, 빈맥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갑자기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감염병, 갑상선 질환, 덤핑 증후군(위 절제 수술 후 발생하는 증상) 등 다양한 의학적 상태에 따라서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면홍조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갖고 있는 기저 질환 및 건강상태, 생활습관, 동반 증상 등을 종합하여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적 원인 또는 생활습관에 의한 안면홍조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진단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질병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안면홍조일 가능성이 있다면, 혈액 및 소변검사가 원인 감별에 도움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과 같은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에서 폐경 전후(45~55세)에 안면홍조가 발생한다면 폐경에 의한 안면홍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궁 적출을 하여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호르몬 검사를 통해 폐경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에 따른 안면홍조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2주간의 일기를 작성해 보면 좋습니다. 음식의 종류나 온도, 식품첨가물, 알코올, 자외선,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이 어떤 상황에서 안면홍조가 생기거나 완화되는지를 기록해보고, 안면홍조가 발생하는 빈도와 지속시간, 동반 증상이나 특징 등을 2주 정도 일기로 작성해보는 것은 안면홍조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 약을 복용하면서 안면홍조가 시작된 경우는 약물에 의한 안면홍조를 고려해 봐야 합니다. 피부에 고름집이 생기는 경우는 주사(딸기코)일 가능성이 높으며, 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폐경 후 여성에서 나타나는 안면홍조는 반복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며, 발한이나 가슴 두근거림, 불쾌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안면홍조가 수면 중에 발생하면 더위를 느끼거나 땀을 흘려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수면장애나 피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약물에 의한 안면홍조는 수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며 발한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유암종과 동반되는 안면홍조는 안면 피부 부종, 눈물, 침샘 부종, 저혈압, 가슴 두근거림, 설사, 천식 발작과 같은 유암종 자체의 특징적인 증상들을 동반합니다. 갑상선 항진증에 의한 안면홍조는 두근거림, 체중 감소, 안구 돌출, 설사와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안면홍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붉은 빛깔의 얼룩점(홍반)이 생길 수 있고, 결국 주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때 피부는 지속적으로 붉은 색을 띠게 되고, 피부가 솟아 올라오는 구진이나 고름물집, 혈관확장증, 부종 등이 동반됩니다.
폐경 후 여성에서 나타나는 안면홍조의 경우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여성호르몬 치료입니다. 여성호르몬 치료는 안면홍조 뿐 아니라 안면홍조로 인한 수면장애를 호전시키며, 비뇨생식기계 기능을 개선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치료는 질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간의 여성호르몬 치료는 심뇌혈관 질환, 정맥 혈전 색전증, 유방암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호르몬 치료를 할 때에는 그 이익과 위험에 대해 의사와 먼저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유방암이 있었거나,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많은 경우, 그리고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여성호르몬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콩에는 이소플라본과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아 여성호르몬 대체 식품으로 좋습니다. 승마(블랙 코호시)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기 어려울 때 사용해 볼 수 있지만 안면홍조 개선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여성호르몬 치료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안면홍조를 유발하는 요인을 회피하는 것은 안면홍조의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고온의 사우나 목욕이나 맵고 뜨거운 음식의 섭취는 안면홍조를 흔히 유발하는 요인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음주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벌의 얇은 옷을 입고 벗어 쉽게 체온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안면홍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안면홍조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평소 적절한 운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취미활동, 명상과 같은 방법을 통해 정신적 건강도 유지하면 안면홍조의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면홍조 증상이 생겼을 때에는 차가운 음료를 마시거나, 냉방을 하면 안면홍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사(딸기코)는 자연 치유가 어렵고 악화와 호전을 반복합니다. 치료 또한 쉽지 않으며 치료 방법은 질병의 시기와 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홍조나 혈관 확장을 유발하는 과도한 열과 햇빛 노출을 최소화하고, 뜨겁거나 매운 음식, 음주를 피하는 것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증상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동반 증상에 따라 레이저 치료, 광치료, 국소도포제(연고), 항생제 등의 치료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약물로 인해 생긴 안면홍조일 경우 원인이 되는 약물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함으로써 안면홍조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질병이 원인이 되어 안면홍조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안면홍조도 함께 개선됩니다. 예를 들어, 갑상선 항진증이 안면홍조의 원인일 경우 약을 통해 원인 질환을 조절하면 안면홍조는 자연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유암종이나 갈색세포종과 같은 신경내분비 종양이 안면홍조의 원인인 경우에는 약물치료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특정한 상황에서만 안면홍조가 유발되는 경우는 생리적인 안면홍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을 반드시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폐경기를 전후로 하여 발생한 안면홍조이고 그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도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반 증상이 있는 경우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거나, 설사, 복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피부의 염증이 동반된다면 주사(딸기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폐경에 따른 안면홍조로 생각되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생활습관 관리로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병원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증상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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