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증은 유전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에 의해 모발이 빠지는 대표적 탈모 질환이며,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탈모와 모발의 가늘어짐이 특징입니다. 남성형 탈모증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진행하는데, 앞머리선의 후퇴가 심해지고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며 더 진행되면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됩니다.
남성형 탈모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유전적인 배경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입니다.
1. 유전
남성형 탈모증의 정확한 유전 양상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발현의 다양성을 보이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탈모 환자의 81.5%에서 아버지가 중등도 이상의 탈모증상을 갖고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남성형 탈모증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증이 의심되면 가계에 내력이 있는지 확인해 봄으로써 진행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2. 안드로겐 (남성 호르몬)
남성형 탈모가 있는 사람들의 혈중 안드로겐 농도는 탈모가 없는 사람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남성형 탈모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안드로겐 농도보다는 탈모가 일어나는 부위에서 국소적으로 강력한 안드로겐이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몸에는 여러 종류의 안드로겐이 있습니다. 이 중 테스토스테론은 털집에 도달하여 5α-환원효소에 의해 더욱 강력한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합니다. 바로 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유발하는 안드로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 탈모 부위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미루어 5α-환원효소의 활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형 탈모의 발생은 안드로겐의 양보다는 탈모 부위에서 높은 5α-환원효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는 천천히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머리카락은 정상적으로 약 3~6년 동안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형 탈모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모발의 성장 기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예를 들어, 3년 정도 자란 굵고 까맣고 건강한 모발이 빠지면 그 다음에 나온 모발은 약 1년을 자라다가 빠지게 되고, 그 다음에는 모발이 자라서 빠지는 기간이 더욱 짧아집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모발은 가늘어지고 색은 점차 옅어져서 솜털처럼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머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남성형 탈모의 특징은 두피의 앞부분과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점점 짧고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는 것입니다. 탈모의 진행에 따라 이마선이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모발수가 적어져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반면에 남성형 탈모가 심한 사람도 뒷머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머리 및 정수리 쪽의 두피와 뒷머리의 두피가 안드로겐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는 앞머리의 두피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과 5-알파 환원효소의 활성이 뒷머리 두피에 비해 높습니다. 남성형 탈모의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의 앞머리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과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서 점점 성장 기간이 짧아져 탈모에 이르게 됩니다.
남성형 탈모는 성별에 관계없이 청소년기 이후(사춘기 이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는 20대 중반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와 백인 남성에서 남성형 탈모 유병률을 비교해보면 연령에 따라 남성형 탈모가 있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남성형 탈모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춘기 연령이 점차 낮아져 청소년기부터 남성형 탈모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식생활과 생활 습관의 서구화, 외부 환경 호르몬의 노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고됩니다.
남성형 탈모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이며, 바르는 약제인 미녹시딜과 복용 약제인 피나스테라이드가 있습니다. 두 약물은 유일하게 발모제로서 미국식품의약처(FDA) 승인을 받은 약제로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1. 미녹시딜
미녹시딜은 강력한 혈관 확장 작용 효과가 있어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약을 복용한 환자의 약 70%가 안면, 팔, 다리 등에 털이 많이 나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이를 국소 도포제(바르는 약)로 개발하였습니다. 미녹시딜은 모발 성장 기간을 연장시키고 모발을 굵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털집을 만들지는 못하고, 항안드로겐 효과와 피지선에 대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미녹시달은 피부에 발라도 안전한 약제이나 도포 부위에 자극이나 접촉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도포 부위나 인접한 부위에 다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르기를 중단하면 이러한 부작용은 없어집니다. 물론 약제 사용을 중지하면 발모 효과도 사라지고 약 3~6개월 후엔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단점이 있습니다. 미녹시딜을 0.025%의 트레티노인이라는 비타민 A계열의 용액과 함께 바르면 미녹시딜의 흡수가 촉진되어 효과가 증가됩니다.
2. 피나스테라이드
피나스테라이드는 5α-환원효소 억제제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을 감소키는 작용을 합니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1mg의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도록 하는데, 약 80% 이상의 환자에서 발모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지만 미녹시딜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일부 환자가 성욕과 관련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개 심리적인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이 약제는 가임 여성의 경우 태아의 남성 성기 형성 장애를 줄 수 있으므로 복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폐경기 이후 여성은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효과는 남성에 비해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약물치료는 치료 즉시 발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치료 후 2~3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3. 여성의 치료
여성의 탈모 치료에는 미녹시딜을 도포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는 피나스테라이드를 투여해 볼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또 그 외에 여러 복용 약제들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비타민이나 여러 보조 영양제에 해당하는 약제입니다. 모두 보조적인 역할을 할뿐 치료제는 아닙니다.
4. 모발이식수술
모발 이식수술은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은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탈모 부위인 앞머리 부분에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이식된 모발은 약 한 달 후에 다 빠지고 새로운 모발이 성장합니다. 수술 후 약 6개월 이상 경과 후 자연스러운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이식수술을 한 후에도 이식된 모발의 성장 및 유지를 위하여 계속 약물치료를 겸하는 것이 좋습니다.